누군가를 처음으로 알아갈 때, 그 사람의 어떤 것들이 궁금해질까요? 아침마다 듣는 플레이리스트, SNS 프로필 사진의 이유, 사춘기에 몰입했던 영화, 책장에 꽂혀있는 서적 등 취향에 담긴 이야기들은 한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다방면의 요소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최근들어 매우 기분좋은 우연을 마주한 경험이 있는데요. 호감을 갖고있는 분의 집에서 제가 소장하고 있는 에디션과 동일한 작품을 발견한 일입니다. 개개인의 다른 맥락을 감안하더라도 같은 풍경을 곁에 두기로 결정했다는 점이 많은 공통점들을 말해준다고 느꼈거든요. 그 순간 에디션을 원화에 대한 대체안으로 여겨왔던 생각이 크게 바뀌게 되었어요. 방에 있는 작품과 인사할 때마다 꼭 같은 것을 보고 있을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고 어쩐지 외롭지 않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하는 김용택 시인의 구절도 생각났습니다. 저에게는 다짐과도 같은 작품을 함께하고 있는 전 세계 99명의 사람들이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어쩌면 한 곳을 응시하고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기대와 환상이 인류애를 지켜주는 것 같아요. 여러분에게 미술은 어떤 곳으로 연결되기 위한 문인가요? 가을의 정취를 밝히는 에디션과 포스터, 플레이리스트를 담은 뉴스레터로 안부를 띄워봅니다.
11월의저스트페이퍼는Albert Engström의 The Artist's Father, Reading a Newspaper (1892) 입니다. 20세기 초 스웨덴의 작가이자 만화가였던 Albert Engström은 1897년 유머 잡지 ‘Strix’ 를 출간할 정도로 풍자와 위트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다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9살이 되던 해, 그의 아버지는 Hult 라는 지역에 역장으로 취임하며 이사를 하게 됩니다.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이 곳에서 지냈기에 그만큼 추억도 가득한 곳이지요. 이번 저스트페이퍼에서는 역장 아버지의 여가시간을 지켜보는 듯한 독특한 구도의 작품과 함께합니다. 나른하면서도 갖춰진 복장에서 느껴지는 책임감. 통나무 탄 내를 물씬 담은 Albert Engström의 이야기로 겨울의 시작을 함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