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하고도 행복한 뉴진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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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 세자매의 소풍, Acrylic on canvas, 50x72.7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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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K-pop 뮤비 역시 독창적인 스토리와 영상미를 가진 하나의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뉴진스의 신곡 'OMG' 뮤비를 두고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 예술 작품의 매력은 타인이 어떤 메시지를 읽어냈는지 엿보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겠지요? 이번 P.S에서는 에디터가 'OMG' 뮤비를 감상하며 발견한 뉴진스의 메시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조금 이상한 세상일지라도, 가장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여름의 잠수>, 아방의 '세 자매의 소풍'도 함께 파헤쳐 볼 예정이니, 즐겁게 따라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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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G' 뮤비가 시작되고, 옹기종기 모여앉은 다섯 멤버 앞에 의료진으로 보이는 몇 명이 서있습니다. 가운을 입은 남자는 멤버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한 명씩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뮤비 속 공간이 정신 병원임을 암시하는 듯한 의사의 지시. 이에 멤버들은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OMG, 말도 안 돼'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데요. 그들은 각각 자신이 동화 속 공주, 고양이, 의사, 아이돌, SIRI라고 주장하거든요.
이런 서로를 못 미더워하며 수상한 눈초리를 주고받는 멤버들. 이들은 서로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네가 SIRI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민지'에게 '하니'는 '그렇습니다'라고 답하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죠.
주목할 점은 멤버들이 서로의 이상한 세계에 대해 놀리고 투닥거리면서도 늘 붙어 다닌다는 점입니다. 다섯 명이 조르르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칙칙폭폭' 기차 안무를 하는 것처럼. 언제 어디서나 같은 곳을 향하고 있죠. 다른 이들이 자신들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건 말건, 그들의 발랄한 몸짓은 행복을 숨기지 못합니다.
한 편, 이런 뉴진스 멤버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뮤비 초반에 등장했던 의사인데요. 자신이 돌보는 환자들을 관찰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만큼 뉴진스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초점 없이 공허합니다. 뮤비는 무기력해 보이는 의사, 쉴 새 없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도 생기가 넘치는 멤버들을 대조하여 보여줍니다.
의사가 그들 사이에 끼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만약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 공간에서 누구보다 정상적인 인물이어야 할 그는 왜 '이상한' 다섯 멤버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걸까요? 가장 이상하고도 행복한, 왠지 부럽기만 한 뉴진스의 비밀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보니, 최근 읽은 그림책 한 권과 아방 작가의 작품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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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여름의 잠수> 역시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깊은 감정의 침수를 겪는 아빠를 따라 병원에 간 소이는 사비나를 만나게 됩니다.
사비나는 소이를 마주칠 때마다 같이 수영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소이는 매번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에는 수영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영복을 입고 병원을 활보하는 사비나가 이상해 보이기도 했겠죠. 어느 날, 아빠 때문에 슬퍼하고 있는 소이에게 사비나가 건넨 위로가 마음을 살짝 녹인 건지, 결국 소이는 사비나를 함께 수영을 해보기로 결심합니다.
사비나를 따라 도착한 수영장은 ‘잔디밭’입니다. 소이와 사비나는 매일 약속이라도 한 듯 수영복을 갖춰 입고 잔디 수영장 앞에서 만나는데요. 그들은 잔디밭을 향해 다이빙도 하고 마음껏 잠수도 하며 함께 여름을 납니다.
두 사람이 수영을 하며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림책은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사비나와 나눈 짧은 몇 마디조차 어린 소이 입장에서는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운 이야기들이죠. 사비나를 완전히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소이는 사비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 중 가장 이상한 세계를 함께 헤엄쳐 줍니다. 그렇게 둘은 그 여름의 단짝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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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잠수> 그림책 속, 잔디밭을 수영 중인 소이와 사비나 ⓒ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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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덮고, 한참 동안 사비나와 소이와 함께 잔디밭을 헤엄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어쩐지 그들이 특별하게 느껴져서 그 풍경에 함께 뛰어들어 보고 싶었거든요.
이상함과 특별함. 문득 이 둘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지 궁금해져 힌트 삼아 뉴진스의 'OMG' 가사를 엿보았습니다.
'널 알기 전까지는 나 의미 없었어 전부 다'
'너랑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어'
아마도 이상함을 특별함으로, 'OMG...'를 'OMG!'로 바꾸는 건, 우리의 이상한 세계에 함께 풍덩 빠져줄 누군가의 존재 아닐까 합니다.
만약 뉴진스, 소이와 사비나를 보며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면, 그 사람과의 일상을 복기해 보세요. 가끔은 아주 깊은 대화를 나누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과의 시간은 주로 이렇게 흘러가지 않나요? 남들은 이해 못 할 이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깔깔거리거나, 서로의 이상한 공상을 공유할 때면 '그게 뭐야'라고 손가락질하면서도 한 술 더 뜬 괴상한 이야기를 덧붙여본다거나 하면서요.
사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잔디밭을 헤엄치진 않을지라도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이상하다는 것을요. 독특한 취향을 고수하거나, 하염없이 공상에 빠지는 등. 가끔씩 그 이상한 세계를 헤엄칠 때 함께 풍덩 빠져주는 한 사람의 존재는 우리의 이상함을 특별함으로 만들어 주죠. 어엿한 어른으로 살아가느라 이상함은 꽁꽁 숨겨두고 정상인 척을 하다가도 문득 웃음이 나게 해줍니다.
혹시 주변에 아직 그런 사람이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친절하게도 뉴진스는 'OMG' 뮤비에 단 한 사람을 찾을 수 있는 힌트도 숨겨 두었거든요. 뮤비 끝 무렵을 보면, 침착맨이 이상한 캐릭터들로 가득한 혜인의 그림을 집어들고 한참 바라봅니다. 그러던 그가 창문을 바라보자, 혜인의 그림 속 캐릭터들이 창문 밖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죠. 혜인의 이상한 세상이 그림을 통해 침착맨에게도 전해진 듯합니다. 어쩌면 이 장면은 '조금 용기 내어 이상함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의 특별함을 알아봐 줄 누군가도 우리가 꺼내어 보이기 전에는 알아보지 못할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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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 세자매의 소풍, Acrylic on canvas, 50x72.7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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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상한 세상을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소망과 응원을 담아, 마지막 작품으로 아방의 '세 자매의 소풍'을 소개합니다.
운 좋게도 PBG에서 진행된 그룹전 'FOCUS'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가에게 직접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가장 소개하고픈 작품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세 자매의 소풍'이라고 답하며, 각각의 신체 경계가 뒤섞여서 조금 이상해보이지만 셋이 조르르 있는 모습이 좋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할 때엔 '셋이 조르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작가의 말 뜻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고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난 후 <여름의 잠수>를 읽다 문득 잔디밭 속 소이와 사비나의 모습에 '세 자매'가 겹쳐 보였습니다. 그 순간 저 역시 아방 작가의 이상한 세계에 살짝 발을 담갔던 것 같습니다.
뮤비 속 침착맨과 혜인이 그림을 통해 이상한 세상을 공유했던 것처럼, 제가 아방의 작품을 통해 그의 세계에 들어섰던 것처럼. '이상한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은 생각보다 더 다양한 것도 같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옮겨 놓은 듯한 문장을 만날 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의 특별한 부분을 온전히 알아주는 것 같은 그림을 만날 때.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 역시 우리가 이상한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죠. '날 알아주는' 사람도, 작품도 모두가 만나 가장 이상하고도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며 이번 P.S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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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지은 DESIGNER 이혜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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