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YES'를 말하는 이야기들
PRINT BAKERY l NEWS LETTER
|
|
|
|
정보영, Belonging together within 2 |
|
|
기대되는 내일을 살고 있나요?
어릴 적엔 소풍 가는 날 새벽, 엄마가 도시락을 준비하는 소리를 좋아했어요. 소란함에 졸린 눈을 떴지만 맛있게 풍겨오는 냄새는 짜증보다 기대와 행복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소한 행복을 알고 작은 것에 두근거렸던 아이는, 이제 조금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요. 도시락을 싸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새벽의 단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기 때문일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들에 익숙해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익숙함은 삶을 더 평화롭게 하지만 동시에 어떤 것들엔 무뎌지게 하죠. 나이를 먹으며 기대하는 감각에 무뎌지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그 뒤로 매일 조금씩의 기대감을 심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완연한 봄날, 여러분은 요즘 무엇을 기대하며 살고 계신가요? 간절히 바라는 꿈부터 사소하지만 즐거운 일까지. 기대는 종종 우리를 배신해 실망을 안겨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기대로 하루하루가 더 선명하고 즐거워진다고 믿어요.
하지만 가끔은 내일을 기대하는 것조차 버거운 날도 있지요. 혹시 무언가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지치고 막막한 마음이 든다면,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들려 드릴게요. |
|
|
(좌) 조지아 오키프 (우) 1961년, 뉴욕에서의 쿠사마 야요이 © Yayoi Kusama Studio Inc. |
|
|
간절한 꿈이 있을 때, 하지만 용기를 내기 두려울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때론 무모한 용기에 화답한 기대가 우리를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기도 합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그 순간이 조지아 오키프 덕분에 찾아왔다고 말했죠.
가족들은 아무도 지지하지 않았지만, 쿠사마 야요이는 취미가 아니라 직업으로서 예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림을 배우기 위해 미술 학교에 다녔고, 일본을 넘어 더 큰 세계에서 작업을 펼치길 원했죠. 이를테면 당시 미술계의 중심지였던 뉴욕 같은 곳에서요. 하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무명 예술가가 뉴욕으로 떠나겠다고 결심하긴 어려웠습니다.
어느 날, 쿠사마 야요이는 미국 모더니즘 예술가를 소개하는 책을 읽다 조지아 오키프를 알게 됩니다. 여성 예술가로서의 성취와 작업에 큰 감명을 받은 그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일면식 없는 조지아 오키프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책 속에서 본 이에게 쓴 일본에서 보낸 편지. 제대로 도착할지, 답장이 오긴 할지 전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
|
|
1955년, 조지아 오키프가 쿠사마 야요이에게 보낸 편지 © Yayoi Kusama Studio Inc. |
|
|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조지아 오키프는 진심이 담긴 조언을 보내왔습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의 친절함에 용기를 얻은 쿠사마 야요이는 아무 연고도 없는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이후, 우리가 알다시피 모두가 아는 유명한 거장이 되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조지아 오키프를 자신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후원자였다고 기억합니다. 뉴욕에 정착한 후에도 조지아 오키프가 언제든 자기 집으로 찾아오라며 응원해주었거든요. 두려워도 용기를 내는 일, 그에 답해주는 일, 누군가의 응원으로 내일의 기대에 나를 던질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하곤 합니다. |
|
|
1941년, 그림을 그리는 카르멘 헤레라 © Carmen Herrera. 출처 : Lisson Gallery |
|
|
여기, 평생 그림을 그렸지만 101살이 되어서야 모두에게 인정받은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1915년에 태어난 쿠바 출신의 미국 작가 카르멘 헤레라입니다.
작품은 89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판매되었는데요. 그의 삶에 대해 듣다 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 존경하게 됩니다. 이 말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젊었을 때, 내가 화가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내가 화가라는 것을 압니다. ‘버스를 기다린다면 버스는 올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버스가 오기를 한 세기 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버스가 왔습니다.”
자신의 시간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원동력이었던 것이죠. 신기한 것은 그는 늘 같은 작업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선과 면, 색채로 만들어내는 미니멀리즘적인 작업 사이 바뀐 것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평가뿐이었습니다.
물론 이 사이에는 미국과 쿠바 사이의 여러 관계와 성차별 등 시대에 따른 많은 요인이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던 굳건함이었다고 생각해요. 카르멘 헤레라는 2022년에 작고했지만, 작품은 다시 한 세기 이상 그의 이름을 기억하겠지요. |
|
|
Ceiling Painting (YES Painting) ©Ono Yoko |
|
|
전시장에 갔을 때, 천장에 매달린 돋보기와 거기까지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준비되어 있다면 오르실 건가요? 1966년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선보이며 화제가 된 오노 요코의 작업입니다. 존 레논이 이 작품을 보고 오노 요코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사다리 꼭대기에서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아주 작은 단어 하나였다고 합니다. 이 작품의 전부이기도 했죠. |
|
|
Ceiling Painting (YES Painting) ©Ono Yoko |
|
|
바로 ‘YES’.
호기심과 두려움을 딛고 사다리를 올라온 이들에게 ‘YES’가 어떻게 느껴졌을지 상상하면 이 작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짧은 단어로 전해지는 응원과 위로, 희망은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하죠.
어쩌면 쉽사리 무언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대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 작품처럼 분명 어딘가에는 YES가 숨어 있을 것이라 믿고 싶어요. 용기를 내고 싶다면, 스스로를 믿고 싶다면, 실망하고 실패하면서도 또 다가올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면. 저에게 그랬듯 이 이야기들이 여러분께 ‘YES’를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기대되는 내일을 살고 있나요? 무엇이 다가올지 모르는 내일, 여러분의 기대에 걸맞은 행복도, 기대하지 않은 행복도 많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P.S에서 또 만나요.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도 괜찮을까요? |
|
|
쿠사마 야요이 Kusama Yayoi
Ornament – Red pumpkin
620,000원
유년시절의 트라우마로 경험한 환각에서 비롯된 망점은 쿠사마 야요이를 대표하는 중요한 소재입니다. 작가에게 호박은 치유의 상징이기도 한데요. 위로를 전하는 듯한 호박을 곁에 두고 그의 메시지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
타셴 TASCHEN
프리다 칼로 – The Complete Paintings
330,000원
에디터가 존경하는 또 다른 작가, 멕시코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작품과 사진, 일기장, 편지 등으로 프리다 칼로의 입체적인 삶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
|
맛있는 예술과 프로모션 소식을 배달하는
프린트베이커리 뉴스레터입니다.
구독자에게는 무료 포스터 증정 및
이벤트 초대, 선물, 할인 등의 혜택을 드립니다.
EDITOR 최주현 DESIGN 디자인팀 |
|
|
카카오플러스친구 ‘프린트베이커리'에서
다양한 혜택과 소식을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
|
|
ⓒ 2024 printbakery. All rights reserved. |
|
|
|